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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I 회사에 약 1년간 다니다 퇴사를 했다.

요즘에는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1년 내 퇴사를 한다고 할 정도로 퇴사율이 높은데 내가 그 3명에 들어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 분도 계셨고 상사분들도 좋았기 때문에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신청해서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며 경력도 쌓고 돈도 벌고 싶었다.

 

 

 

 

내가 처음 퇴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앞서 글을 쓴 첫 프로젝트를 겪으면서 시작되었다.

프로젝트 당시 같이 개발하는 사수분이 중도 퇴사하고 모든 개발에 대한 부분을 혼자 떠맡게 되면서 부담감과 함께 스트레스가 극심해졌다.

일은 산더미인데 시간은 없고 일하는 사람도 적다 보니 매일 막차를 타고 가거나 회사에서 밤을 새우곤 했다.

 

 

 

 

당시 부서 내에서는 크게 3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우리 팀의 상황이 제일 괜찮을 정도로 다른 팀들의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직원들이 주말까지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도 바쁘니 어쩔 수 없다 고생해라 라는 위로의 한 마디만 던지고 야근을 당연시 생각하는 회사에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실망했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야근수당을 주지도 않으니 안 그래도 최저시급보다 조금 높은 내 월급인데 야근을 했던 시간까지 생각하면 최저시급에도 못 미쳤을 것이다.

진짜 이럴 때면 알바는 야근수당이라도 꼬박꼬박 챙겨주는데 차라리 알바가 더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회사에 다니던 1년 동안 7명 정도 되는 부서에서 5명이 퇴사를 했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바뀌다 보니 이것 나름대로 스트레스였다.

다른 부서에 비해 SI 부서만 계속 퇴사자가 나오고 있는데 회사는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빈자리를 새로운 사람들이 채워가며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내 꿈이었던 개발자가 되었는데 행복하지 않았고 일을 할수록 개발이 점점 싫어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작은 보람도 느낄 수 없었고 일한 만큼에 급여를 받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로 일을 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적금도 들고 있었고 집에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그러다 쌍둥이가 다니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이직 준비를 시작하면서 면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같은 SI 회사이긴 했지만 재택근무에다 야근도 적었기 때문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 비해 훨씬 좋은 환경이었다.

 

 

 

 

얼마 뒤 면접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고 고민할 겨를도 없이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사님께서는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앞으로 회사가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볼 테니 다시 한번 생각해주면 안 되겠냐고 하셨지만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이사님이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좋은 분이고 배울 게 많은 분이신 걸 알았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도망치듯이 그만두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기에 퇴사를 결심했고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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