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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직하기로 했던 회사에 입사일이 늦어지면서 일주일만 쉬기로 했던 일정이 거의 두 달로 늘어나게 되었다.

다른 회사를 다시 찾아봐야 하나 싶었지만, 재택근무를 위한 노트북을 이미 받았고 다시 면접 보러 다니기 싫어 그동안 쉬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일단 남은 기간동안 쓸 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장에 돈을 확인해봤다.

약 1년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통장을 보니 잔액은 바닥이었다.

월급에 30만 원 정도만 남기고 적금으로 내고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있었기 때문에 모인 돈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일을 쉬게 되었으니 다음 달부터 적금을 낼 돈과 부모님께 드릴 돈이 없어 걱정이었다.

다행히 쌍둥이는 아직 일을 하고 있어 나 대신 부모님께 드릴 돈을 대신 내주고 나는 마지막 달을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적금과 생활비를 해결하기로 했다.

 

 

돈 문제는 어찌저찌 해결이 되었지만 매일 아무일 하지 않고 보내려니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것저것 시작해보았다.

처음 일주일은 집청소를 했는데 주방, 냉장고, 거실, 안방 등 그동안 미뤄왔던 정리를 하니 집이 조금은 깔끔해진 것 같았다.

집을 정리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당근마켓에 올렸는데 소소하게 돈을 버니 재미있었다.

 

 

집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치고 빈둥빈둥 놀고만 보낼 수는 없어 단기 알바를 찾아보기로 했다.

코로나라 그런지 알바 자리도 많이 없고 죄다 물류센터나 콜센터처럼 난이도가 있는 곳만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알바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요즘 많이 광고하는 배달 알바를 해보았다.

추운 날 무거운 음식을 들고 배달하려니 여간 쉬운 게 아니었고 콜이 없어서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 일주일만 하고 그만두었다.

지금은 집에서 데이터 라벨링 알바를 하고 있다.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사진을 편집하는 일인데 1건당 30원 정도 해서 디지털 인형 눈 붙이기 알바 같은 느낌이다.

확실히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돈이 안되지만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 꾸준히 해보고 있다.

 

 

남들은 퇴사하면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거를 먹으러 다니던데 코로나로 나갈 수도 없고 딱히 취미생활도 없으니 집에서 알바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퇴사를 하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기력해져서 난 왜 이렇게 한심할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매일 늦게 일어날 수도 있고 스트레스도 없어져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왠지 마음 한 켠이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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