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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21일 약 1년 간의 첫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사하는 날이 되었다.

마냥 신나는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갈 것 같았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회사를 가기 싫은 마음은 평소와 같았다.

그동안 3시간 걸렸던 출퇴근 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행복한 마음과 함께 출근길에 올랐다.

회사에 도착해서 평소처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인수인계 문서를 검토하고 바로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업무를 잠깐 도와주신 적이 있으셨던 분이라 어렵지 않게 인수인계를 마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될 때쯤 친하게 지냈던 주임님께서 같이 점심을 하자고 하셨다.

다른 부서 분들 하고만 먹자고 하셔서 그래도 될까? 싶었지만 나가는 마당에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그냥 알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코로나로 집합 금지가 있었기 때문에 점심에는 다른 부서분들과 식사를 하면서 인사를 하고 저녁에는 같은 부서 분들과 짧게 회식을 하면서 송별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다 보니 회사 분들과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는데 마지막이라고 많이 신경 써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점심을 먹고 마저 인수인계를 끝내니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서랍과 책상 위를 비우니 뽀얗게 쌓인 먼지가 눈에 들어와 걸레를 빨아와 먼지를 닦았다.

다시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깨끗해진 책상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6시가 되고 바로 집에 가고 싶었지만 송별회가 있어서 회사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평소 회식을 할 때면 소주의 쓴 맛이 싫어 소맥을 먹곤 했는데 이 날은 뭔가 소주를 먹고 싶었다.

고기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벌써 9시가 되었고 코로나로 9시까지만 식당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짠을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깃집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많은 사람들이 회사 내에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이 회사에서는 모두 좋은 분들만 계셨기 때문에 헤어짐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일이 힘들 때도 서로 의지해가며 내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셨던 분들이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실 표면적으로는 회사를 좋게 그만두었지만 회사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이직 날짜가 2월 초로 결정이 났지만 퇴직금을 받으려면 2월 첫 주까지는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쪽 회사에 시기를 잘 맞춰야 했다.

퇴사 통보를 일찍 하게 되면 회사 측에서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월 중으로 퇴사 날짜를 잡을까 봐 고민이 많이 되었었다.

그래도 예의상 한 달 전에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바로 면담을 하였는데 회사 측에서는 나의 퇴사 날짜를 1월 말로 정하였다.

퇴직금 때문에 2월 초에 퇴사하겠다고 다시 말씀드렸지만 사정이 좋지 않아 주기 어렵다는 말만 돌아왔다.

회사와 싸울 배짱도 없고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1월 말에 퇴사하는 걸로 결정되었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끝까지 밀어붙여볼걸 그랬나 후회도 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난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회사를 배려하고 선택했지만 회사는 나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회사와의 마지막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늘 최선을 다해서 일했는데 마지막이 좋지 않게 끝나서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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