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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부터 첫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1년쯤 지난 오늘 그때를 회상하면서 글을 써보려 한다.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취업을 늦게 한 편이었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기 2주 전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먼저 직장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에게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취업을 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첫 출근 하기 전 날 계속 걱정이 되어 늦게 잠들게 되었다.

아침이 되었고 예상시간보다 30분 일찍 출발하였다.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왕복으로 3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쳤지... 싶지만 그때는 뽑아주신 게 너무 감사해서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갔고 안내받은 자리에는 노트북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내 자리는 문과 제일 가까운 자리여서 다른 직원 분들이 출근하실 때마다 열심히 인사를 드렸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아 회사 규정을 읽었다.

점심시간이 되고 환영회 겸 점심에 다 같이 식사를 했는데 매일 친구들과 떠들면서 점심을 먹다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려니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학교 선배가 회사에 계셔서 조금은 의지가 되었다.

불편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나 설치하거나 조직도를 보며 얼굴과 이름을 외웠다.

그렇게 6시가 되어 업무 시간이 끝나고 퇴근하기 눈치 보여서 조용히 앉아있었는데 선배가 와서 퇴근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인사를 드리고 퇴근을 했다.

 

 

다음 날이 되었고 괜스레 걱정이 되는 건 여전했다.

진짜 문제는 할 일이 없는데 뭐라도 하는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할 일이 없어도 뭔가 하는 척을 해야 한다. 

아무도 일을 주지는 않았지만 멍 때리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회사 문서들을 보면서 업무를 파악했다.

누구라도 나에게 일을 시켰으면 했지만 나 빼고 모두 바빠서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보였다.

사수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 사수를 맡게 된 분이 외부에 파견 근무중이셔서 도통 뵐 수 없었다.

선배가 와서 공부라도 하고 있으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도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그렇게 2주일쯤 지났을 때인가? 과장님께서 드디어 업무를 주셨다.

기존 DB 스크립트를 받아서 테스트 DB에 돌려 테이블을 생성하는 일이었는데 사실 복사, 붙여넣기를 하고 실행만 하면 되는 작업이었지만 일을 한다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기쁨도 잠시 2일 만에 일이 끝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과장님이 우리 회사는 전자정부프레임워크 프로젝트를 많이 하니 이것에 대해서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전자정부프레임워크...? 일단 구글에 검색해보니 Spring을 사용한다고 되어있었다.

웹 퍼블리싱만 할 줄 알고 서버 단은 거의 할 줄 모르는데 Spring 이라니,,, 당황스러웠다.

시간이 있을 때 Spring 공부를 해야지 싶어 인터넷에 검색하면서 기본적인 기능인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기능을 구현해보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나름 머릿속으로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공부만 하고 있던 나에게 다음 업무가 생겼는데 어떤 프로젝트에 개발환경을 세팅하는 것이었다.

개발환경 세팅이란,,, 개발환경 버전 정보만 가지고 IDE를 설치해서 서버, DB와 연동하여 프로그램이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웹 퍼블리싱은 페이지를 구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서버나 DB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시작 방법도 간단하다.

그냥 폴더 안에 소스 파일을 만들어서 작성하고 파일을 클릭하면 작성된 코드가 실행된 결과를 볼 수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Java와 Servlet을 배우면서 한 번 해본 적은 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도 않고 선생님이 모두 알려주셨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세팅을 할 수 있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라는 말처럼 회사에서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모든 걸 다 내가 알아서 찾아가며 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질문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처럼 하나하나 알려줄 수 있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하다가 어쩔 수 없을 때만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또 구글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클립스 설치 방법, 톰캣 설치 방법, 이클립스 프로젝트 import 등 모르는 것들을 검색해가며 찾아보았다.

어찌어찌 찾아가며 세팅을 하고 실행을 시키면 계속 원인 모를 에러가 났다.

그렇게 3일동안 에러를 잡아보려 해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오기가 생긴 나는 다음 날 개인 노트북을 들고 와서 다시 세팅을 했다.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회사 노트북에 세팅되어 있던 다른 프로젝트들이 섞여 오류를 냈던 것이다.

개발환경 세팅까지 걸린 시간이 2주가 걸렸지만 도움받지 않고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난 사실 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과 관계가 좋은 편이었고 선생님들과 함께 있어도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회사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았는데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먼저 말을 건네기가 너무 어려웠다.

마치 회사에서는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닌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느낀 건데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내가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관계지만 회사에서는 직급을 가짐으로써 갑과 을의 관계가 되기 때문에 이 관계의 차이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이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리다고 무시받고 싶지 않았고 또 애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었다.

그래서 말을 할 때도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을 건네면 예의없어 보일까 항상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나중에 차장님께서 회사 사람들에게 너무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아마 나의 이러한 태도가 굉장히 선을 긋는다는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다.

1년 차가 될 쯤에야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도 하게 되어 친한 분들께는 가벼운 농담도 하고 좀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아직도 대화를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건 여전하다. 

 

 

아마 모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걱정이 많이 될 것이다.

나도 쓸데없는 걱정도 괜히 많이 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괜스레 걱정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금은 부담과 걱정을 덜고 편한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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